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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 분석/IT 트렌드 이슈 동향

배틀패스, 불타는 K-게임의 새로운 구조선이 될 수 있을까?

by 김바보 2021. 8. 1.

1. 배틀패스

 '배틀패스'란 게임 내 플레이의 진행 정도(이하 진척도)에 따라 아이템과 보상을 지급하는 모델이다. 어떤 게임에 적용이 되었는가에 따라 명칭이 다르나, 일반적으로 무료 배틀패스, 프리미엄 배틀패스라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일반 배틀패스는 모든 유저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프리미엄 배틀패스는 해당 배틀패스를 구매한 유저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배틀패스 BM의 주요 수입원이다. 배틀패스는 프리미엄 배틀패스만 있는 게임도 있으며 두 가지가 혼재하는 게임도 있다. 후자의 경우 프리미엄 배틀패스가 무료 배틀패스보다 진척도를 달성하기 쉽거나, 더 좋은 보상을 지급하는 경우의 차이를 둔다.

 시초는 2013년 밸브사의 'DOTA2'의 기록서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게임의 진척도에 따른 보상이라기보다는 유저들이 기록서 시스템을 구입하면 그 수익이 T.I(The International)이라는 도타2의 E-sports대회 총 상금에 누적되고, E-sports대회 우승팀, 준우승팀 예상 등의 이벤트에 참여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기록서 수익이 늘어날 수록 기록서를 구매한 유저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진척도에 따른 현재 BM은 2018년 에픽게임즈사의 'Fortnite'에 제일 처음 도입되었다. 해당 배틀패스는 한 달 동안 약 3억 18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여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이후 여러 게임에서 차용하여 '배틀패스'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로스트아크의 배틀패스인 '아크패스'의 구성. [출처] 로스트아크 공식 홈페이지

 

 

2. 배틀패스의 특징

 배틀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진척도'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게임 내의 모든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는 MMORPG 장르나, PVP를 기반으로 하여 끊임없이 게임을 플레이 해야하는 AOS, FPS 등의 장르는 필연적으로 많은 유저들이 게임 내에 묶여있어야 한다. 게임사는 어떻게 해서든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고 지속적, 반복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게끔 고민해야하며, 게임 플레이를 통해 진척도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유저들이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진척도는 최근에 탄생한 개념은 아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보상을 주거나, 보스를 잡는 등의 단순한 작업에서부터 흔히 숙제라고 불리는 일일, 주간 퀘스트를 통해 보상을 얻는 방식은 배틀패스가 나오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이를 큰 틀에서 본다면 진척도에 따른 보상을 얻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 GTA5의 Daily Objectives(오늘의 목표) 달성시 게임 재화를 지급한다.      [출처] GTA Wiki

 그러나 배틀패스의 진척도는 이러한 보상을 게임 내에서 얻는 것이 아닌, 게임사가 유저들에게 주는 게임 외적인 보상이다. 몬스터 사냥, 보스를 잡는 등의 진척도는 그들의 강함 정도(레벨, 난이도 등)에 따라 철저히 기획되어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인 근본적인 재미추구를 충족시키는 위한 것이고, 숙제는 원활하게 게임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조적인 장치에 가깝다. 그러나 배틀패스의 경우 무료 배틀패스라면 게임사의 선물, 프리미엄 배틀패스라면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는것이라는 인식에 가깝다.

  두 번째 특징은 지속적인 결제이다. 배틀패스는 영구 적용이 아닌 시즌제이며 배틀패스의 기간이 꾸준히 적용된다 한다면 정액제라고도 볼 수 있다. 즉, 2021년 여름 배틀패스를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여름이 지나면 신규 배틀패스가 출시될 것이고,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또 다시 결제해야 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이번 시즌 배틀패스를 구매하지 못하였더라도 기다렸다가 다음 시즌에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고, 게임사는 시즌마다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3. K-게임의 BM은?

 한국의 게임 산업은 대부분 부분 유료화(Free to Play)방식의 온라인 게임이 발달되어 있다. 부분 유료화 방식은 유저가 직접 결제하는 재화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BM을 갖고 있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또한 사행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바로 '확률형 아이템', 일명 가챠뽑기라고 불리는 랜덤박스가 대표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현금 혹은 게임머니)을 지불하여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일정 확률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05년 넥슨사의 메이플스토리(Maple Story)에서 유료 확률형 아이템인 '부화기'가 처음 등장하였으며, 성공적인 수익을 거뒀다. 이후 2007년을 기점으로 PC게임 내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빈도가 증가하였고, 2012년 무렵에는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확대됨에 따라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보급되었다.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의 무분별한 남용과 과한 사행성으로부터 유저를 보호하고자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을 발표하였고 게임사들은 이를 대부분 준수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확률로 인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 때문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은 끊임없이 사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하 랜덤박스)이 보급됨에 따라 여러 게임에서 랜덤박스의 BM구조도 변화되었는데, 이 중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이중 랜덤박스이다. 이중 랜덤박스란 유료 랜덤박스에서 또 다른 유료 랜덤박스로 이어지는 이중 과금구조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 메이플스토리의 위습의 원더베리. [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메이플스토리의 '자석펫'은 이중 랜덤박스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먼저 '위습의 원더베리'라는 1차 랜덤박스를 통해 '원더 블랙 펫'을 두 마리 이상을 뽑은 뒤, '루나 크리스탈'이라는 2차 랜덤박스를 추가로 구매하여 원더 블랙 펫 두 마리를 합성하면 일정 확률로 자석펫 이라고 불리는 펫이 탄생하게 된다.

▲ 메이플스토리의 자석펫. [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예시를 든 메이플스토리의 이중 랜덤박스는 한정된 기간 동안 출시되기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 이중 랜덤박스의 구조와 규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중 기간한정 가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본 논문에서는 이중 랜덤박스를 이중 마일리지 가챠, 이중 기간한정 가챠, 콤프 가챠로 나누었으며, 이러한 변형된 이중 랜덤박스에 관한 규제는 자율규제 강령안만으로는 부족하거나 규제가 전무하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본 연구는 물론, 2021년 초에 발생한 연속 트럭시위사태, 커뮤니티 유저들의 의견으로 보아 '자율규제 강령안'은 그것의 본 목적인 유저를 보호하고 과한 사행성을 규제하는 효과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트럭시위사태 등으로 인해 불거진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유저들의 열띤 성화에 입어 발의되었으나 현재는 그 열기가 많이 사그러들었다. 조사해본 결과 현재 게임법 전부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에되어 논의중인 상태이다.

▲ 국회 입법 절차에 따르면 대략 이 정도 쯤이다. [출처] 대한민국 국회 공식 홈페이지

 법안의 공포될 수 있을지는 정확히알 수 없으나, 게임법 전부개정안 통과에 필요한 공청회를 조만간 열 계획이라는 기사(2021년 7월 21일)에 따르면 연내 통과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이중 랜덤박스에 관한 BM,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추후 포스팅을 통해 더 자세하게 알아볼 예정이다.

 

4. 그래서 배틀패스와 K-게임이 무슨 상관인데요?

 배틀패스의 여러 특징 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랜덤박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확정성'이다. 흔히 랜덤박스에서는 '무과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아 과금을 하지 않은 것과 똑같은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배틀패스는 사전에 어떤 아이템,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유저들은 기호에 따라 패스를 구매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배틀패스의 수익성은 포트나이트 등의 게임을 통해 이미 검증되었고, 실제로 많은 K-게임회사들이 배틀패스 적용을 시도하고 있으나 한국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말했던 포트나이트,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 그리고 한국 게임으로서 배틀패스가 잘 정착했다고 볼 수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AOS, FPS등의 PVP기반 게임이며, 현재 랜덤박스 BM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변화가 필요한 한국 게임의 경우 대부분 MMORPG장르에 해당한다.

 MMORPG장르 특성상 타 장르에 비해 컨텐츠, 맵, 신규 직업, NPC, 이벤트 등의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한국의 부분유료화 게임 특성상 게임을 구매하는 부분에서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에 온전히 게임 내 BM에 모든 수익을 기대야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확률형 아이템을 완벽히 대체하는 주 BM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적인 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 로스트아크 몽환의 궁전 힐데브리뉴 중 일부. [출처] 로스트아크

 또한 배틀패스 구성품이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외형적 요소의 캐시 아이템만 판매하는 PVP기반 장르와 달리, MMORPG에서는 외형 아이템외에도 장비, 소비, 강화 재료 등 게임 내 경제 및 밸런스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컨텐츠 소모속도 상승, 유저간 격차 심화 등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게임 내 경제와 밸런스를 고려하여 보상을 지급해야하는 것을 의미하며, 보상으로 지급하는 아이템의 가치 또한 유저들 마다 다르다는 것을 염두하고 기획해야 한다. 같은 강화 재료라도 초보 유저에게는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면 고수 유저에게는 아무 필요 없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배틀패스 BM의 자체적인 한계점으로는 배틀패스 BM이 주 BM으로 성립하려면 많은 유저들이 배틀패스를 구입을 해야한다. 그러나 배틀패스 구입자가 많아질수록 배틀패스의 구입이 당연시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유저들간의 갈등이나 지나친 유저간 격차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진척도를 채우는 방식 또한 발전하지 않는다면 현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숙제가 따라온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배틀패스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과금을 요구하는 형태의 BM으로도 변질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착되어온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BM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검증된 BM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게임에 어떻게 정착이 되고 활용되는지는 잘 지켜볼 필요가 있고, 이를 한국 산업 구조에 맞게 잘 적용시키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한다.

 

 

 

[참고문헌]

장민준, 이종원. "MMORPG에 적합한 배틀패스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컴퓨터정보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8.2 (2020): 513-515.

조희선, 유승호.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 이중랜덤박스의 구조와 규제에 대한 연구."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19.4 (2019): 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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